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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맛 좀 볼래? (2019-03-29)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흔히 오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먹어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17세기 초엽에 전래됐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에는 고추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에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추, 일본에서 왔다 vs 아니다

조선 중기 학자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에도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겨자(倭芥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학계에서도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전래됐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 기록인 「대화본초」, 「물류칭호」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화한삼재도회」, 「본초세사담기」, 「성형도설」 등에는 우리나라 혹은 남만에서 온 것이라 기록돼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일본에 먼저 전래됐고, 우리나라에는 일단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나,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품종과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서로 교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지난해 주최한 ‘고추의 이용 역사’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 설을 뒤집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장을 지낸 권대영 박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에서 계속 재배해 왔던 우리 고추 품종의 유전자 분석 결과 이미 47만 년 전에 우리나라에 분화된 고유의 품종으로 밝혀졌다”며 “문헌학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의 수많은 문헌에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나오고,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들어갔다는 기록도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권 박사의 발표로 향후 고추의 유입경로에 대한 연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으며, 앞으로 보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타민C 풍부, 사과의 50배나 돼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고도 표기했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苦)’ 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김치에 젓갈류를 넣게 된 것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인 1700년대 말엽부터로, 캡사이신이 산패를 막아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캡사이신의 함량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종자가 붙어 있는 흰 부분인 태좌(胎座)에는 고추의 껍질보다 몇 배나 많으며, 종자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고추는 미국의 타바스코•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쓰메(鷹の爪)와 같은 품종보다 캅사이신은 3분의 1, 당분은 2배 정도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돼 있다.

고추의 붉은색은 캅산틴•캅솔빈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수십 종이 어울려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에는 몸속에서 비타민A로 바뀌어 비타민A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 많다. 또 비타민C의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고추는 서로 다른 품종이 바람에 의한 수정으로 쉽게 교잡종을 만들기 때문에 전 세계로 전파되는 가운데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농가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서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산지의 명칭을 따서 영양•천안•음성•청송•임실•제천•제주•정선•장단•연천•진안•무주•금산•강경•보은고추 등으로 불리는데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양고추는 끝이 둥글며 열매에 윤기가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적당히 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

잡다한 품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재배되어 오다가 1953년경부터 원예시험장에서 전국 고추품종의 계통을 세우고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여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 경상남도 고성군의 재래종은 열매수확량이 많고 맵기 때문에 김장용 고추로 권장되고, 동래 서동지역의 재래종은 수확 시기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으며, 열매가 크고 병해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매운 맛이 약하기 때문에 채소용 고추로 권장되고 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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