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화장품은 포장이나 용기보다는 성분과 용량, 가격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을 요구하는 니즈가 늘어난 추세다. 이에 따라 화장품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더 이상 성분, 가격 등의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쁜 디자인, 바를 때 기분 더 좋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즘의 소비자들은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할 때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화장품 케이스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가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디자인을 무시할 수 없는 주요한 경쟁요소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소(IC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초기 90초 안에 잠재적으로 결정된다. 특히 오감(五感) 중 ‘시각’이 상품의 인식과 구매 결정에 87%의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화장품의 성분을 따지기 전에 우선 눈에 띄어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MZ세대들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화장품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패션잡지,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한 이들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장 모 씨는 “예전부터 화장품 성분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화장품 성분을 강조하는 마케팅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편”이라며 “비슷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라면 예쁜 디자인의 화장품에 더 관심이 가고, 디자인만 다를 뿐인데 바를 때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화장품 구매 요인이 제품의 기능에서 감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업들도 여기에 맞춘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제품 스토리, 가치 또한 중요한 선택 기준
한국암웨이가 지난 2018년 론칭한 ‘아티스트리 스튜디오’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여행과 도시, 아트를 모티브로 감각적인 메이크업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 시즌 뉴욕, 파리, 방콕 및 상하이, LA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콘셉트로 한 에디션을 출시했다.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아티스트리 스튜디오 LA 에디션’은 1~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대와 11종의 다양한 라인업이 특징이다. 마스크 착용으로 변화한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해 색조 제품뿐만 아니라 바디 바, 퍼퓸 펜슬까지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로베르타 제타(Roberta Zeta)와의 협업을 통해 자유롭고 매력적인 LA의 매력을 담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품질만큼이나 제품에 담긴 스토리나 가치 또한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며, “아티스트리 스튜디오 LA 에디션과 함께 일상에서도 마치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LA의 예술과 사랑이 담긴 특별한 감성을 즐겨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는 마치 아이스크림을 얼려놓은 듯한 디자인의 수분 틴트 제품 ‘디어 달링 워터젤 틴트’를 판매하고 있다. 깊고 풍부한 아이스크림 컬러가 입술 가득 달콤하게 물드는 것이 특징이며, 밝은색부터 어두운색까지 선명한 컬러들이 입술 전체에 맑게 물들어 피부톤을 환하게 밝혀준다. 풍부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함유돼 있는 솝베리 열매 추출물이 촉촉하고 상큼한 과즙립 연출을 도와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잡화, 가전제품, 휴대폰, 식품, 가구,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자인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애플이 다른 회사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아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가 제품에 화사한 색깔을 입히고, 컴퓨터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듯이 화장품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성분과 원료 등을 평가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그들의 눈에 띄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